[부메랑 인터뷰] 묻는 자는 힘이 세다. 김태용 감독의 경우. Movie

* 네이버 이동진의 영화풍경에서 부분발췌
 전문은 아래 주소로...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hotissue_id=2237&hotissue_item_id=18337&office_id=263&article_id=0000000045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hotissue_id=2237&hotissue_item_id=18360&office_id=263&article_id=0000000046

(오늘의 한국영화 대표 감독들을 만나는 '부메랑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이 인터뷰 시리즈는 모든 질문을 그 감독 영화들 속의 대사나 자막에서 빌어오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 속에서 되울려오는 물음에 감독들은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요.)


'가족의 탄생' 개봉 직후 사적인 자리에서 김태용 감독을 처음 만나고나서 느낀 것은 "이런 감독이니까 이런 영화를 만드는구나"라는 것이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영화에서 내가 받은 감동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추인받는 것 같아 더없이 반가웠다. 영화라는 것은 결국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였다.

"헤픈 거 나쁜 거야?"('가족의 탄생'에서 정유미가 봉태규에게 도발적으로 물으면서.)

- 아마 '가족의 탄생'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바로 이것이겠지요.(웃음) 대단히 도발적이면서 논쟁적이고 또 일견 카타르시스까지 안기는 질문이었는데요. 그런데, 정말, 헤픈 것은 나쁜 것인가요?(웃음)

"영화를 찍는 동안 촬영장에서 유행어가 됐어요. 스태프에게 아직 준비가 안됐냐고 물어보면, '감독님. 준비 안된 거 나쁜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식이었죠.(웃음)

그 질문을 좀 에둘러가면서 대답해 보자면 저는 질문하는 태도가 삶에서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답을 내리는 순간에 폭력적인 상황이 되는 거죠. 정치적 견해를 갖는 것과 특정한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게 다르듯, 어느 순간의 판단이 물리적인 폭력과 연결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말하자면, 경계를 문지르는 행위가 제게 중요했어요. 헤픈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동경합니다. 그런데, 그러는 순간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그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들어서 헤픈 사람에 대해서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거지요. 굳이 예스인지 노인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전 헤픈 게 나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얘, 엄마한테 오는 남자들, 돈 때문에 오는 거 아니야. 보면 모르니? 이 엄마, 예쁘잖아." "도대체 그 아저씨가 얼마나 달라는데?" "뭘? 사랑을?"
('가족의 탄생'에서 평생 연애의 끈을 놓지 않는 엄마 김혜옥과 그런 엄마를 미워하는 딸 공효진의 대화.)

- '가족의 탄생'에서 주요 배역인 여자 넷은 결국 헤픈 여자 둘과 헤프지 않은 여자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들이 헤프냐 헤프지 않냐가 아니라 헤픈 사람도 안 헤픈 사람도 그게 그들의 행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사실 자체가 이 문제에 대한 이 영화의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 말이 딱 맞는 말 같아요. 헤프고 안 헤프고에 따라서 전전긍긍하고 그럴 것 같아도, 그게 한 인간의 행과 불행에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게 적절한 표현인 듯 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몸무게 몇 킬로, 키 몇센티. 이런 숫자들이 내 성장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신체검사를 받기 전 박예진의 독백.)

- 열광적인 팬들이 있긴 하지만, 수치상으로 본다면 감독님이 만드신 두 편의 영화는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탄생'으론 청룡상 감독상에 영평상 작품상까지 받으셨는데, 어떻습니까. 수상으로 흥행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상쇄가 되셨나요?

"흥행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듭니다. 그게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에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가족의 탄생'이 흥행에 실패한 것은 개봉 시기니 마케팅 방법이니 핑계를 대어도, 결국 작품의 내적인 하자가 뭔가 있으니까 안 본 것이겠지요."

- 그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내러티브가 복잡해서 그런가? 하지만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흥행이 잘 됐잖아요. 그러면 칙칙해서 그런가? 그런데 더 칙칙한 '너는 내 운명'이나 '그 놈 목소리'가 잘 된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착각했던 게, 여유와 유머가 대중성의 핵심이라고 봤다는 거죠. '가족의 탄생'에서 낯선 내러티브와 낯선 컨셉트를 얘기하더라도 여유와 유머가 있으면 소통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듯 싶어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경우는 관객이 기대한 것과 영화가 달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중영화는 확실히 선물가게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스탠드를 사러 갔다가 꽃병을 사올 수는 있는 거지만, 그래도 일단 스탠드를 사러 간 고객 입장에서는 그 가게에서 스탠드를 갖춰놓아야 하는 거잖아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이를 테면 스탠드를 갖춰놓지 못한 영화였던 거죠. 무서움을 느끼고 또 놀라고 싶었는데 그게 충족이 안 됐으니까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60만명쯤 들었고, '가족의 탄생'은 30만명이 채 안 되는데 전 그냥 30만명 들었다고 우기고 다녀요. 두번째 영화 관객수가 첫번째 영화 관객수의 절반이었다고 해서, 제 다음 영화가 15만명이 들면 정말 곤란한데요.(웃음)"



"나 진짜 오늘 이럴려구 온 거 아니거든? 됐다. 나 갈게." "어디 가는데? 너, 왜 그래 나한테?" "너는 나한테 왜 그러는데?" "질렸다고 그랬냐? 병신 같은 새끼가. 가!"('가족의 탄생'에서 서로 싸우고 이별하는 류승범과 공효진.)

- 저는 류승범씨와 공효진씨가 격렬하게 싸우고 헤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감독이 정말 독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 장면을 보면 누구나 실제 그 두 배우의 관계를 떠올릴텐데, 좀 잔인하신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웃음)

"그러게 말입니다.(웃음) 처음에 그 배역을 누구에게 맡길까 논의하다가 누군가 농담처럼 류승범씨를 추천했죠. 그래서 제가 '류승범이 하겠어?'라고 말했더니 공효진씨가 '이런 연기는 류승범이 제일 잘할 거에요'라고 재차 추천하면서 직접 류승범씨 의사를 타진했어요. 그런데 류승범씨가 시나리오를 본 후, 이 상황의 대사는 안 봐도 다 아는 대사라면서 흔쾌히 승낙을 했다는 거예요. 저는 좀 이기적이었는지, 오히려 영화에 잠깐 나오는 배역에 이렇게 존재감이 큰 스타를 쓰면 관객들이 이후의 장면에서도 계속 기다릴까봐 걱정하기도 했죠. 두 사람은 헤어지고나서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 있는 것 같더라구요.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한 번 그렇게 해보자고 했어요. 사실 그 장면은 찍으면서 짜릿했던 씬 중 하나입니다. 내러티브 상으론 핵심적인 장면이 아닌데 현장에서 둘이 너무 신랄하게 잘해줘서 영화의 정서에 크게 기여한 것 같아요."

- 촬영이 끝나고나선 어땠습니까.

" '컷'을 외쳤더니, 류승범이 '너, 옛날에 나한테 하던대로 해'라고 낄낄대더군요. 대단한 친구란 생각을 했어요. 공효진에 대한 애정으로 그 캐릭터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우정 출연한 거죠. 어쨌든 제게 짓궂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 보기엔 완전히 천사표 같으신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으신가 봐요.(웃음)

"제가 의외로 짓궂고 잔인하고 그래요. 말이 느리고 자주 웃으니까 다들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기차 타면 이런 거 먹어주는 거 아니예요? 서로 참 어울리는 것들이 있어. 계란은 역시 사이다거든요. 사이다 없는 계란, 생각만 해도 목메지 않아요?"
('가족의 탄생' 첫 장면에서 봉태규가 기차 옆자리의 정유미에게 작업을 걸면서.)

- '가족의 탄생'은 연기 앙상블이 정말 뛰어납니다. 문소리 고두심 엄태웅 봉태규 정유미씨가 다 훌륭한데, 특히 2부에서 모녀로 나온 공효진-김혜옥씨의 호흡은 정말 감탄할 만 하더군요.

"모든 액션은 리액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공효진은 캐릭터를 미리 준비해오는 배우가 아니라 현장에서 상대의 반응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연기를 하는 배우죠. 연기란 기본적으로 리액션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배우입니다. 김혜옥씨도 리액션이 정말 좋은 배우죠.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연기할 때 앙상블이 뛰어난 것 같아요. 준비한 대로만 연기하는 배우는 상대 배우가 어떻게 반응하든 같은 톤으로 연기하죠. 그런데 리액션이 좋으면 매 상황마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반응할 수 있는 거죠. 아무리 시나리오에 그렇게 써 있다고 해도, 상대가 화를 진짜로 내지 않으면 놀라는 연기를 하지 않는 겁니다. 사실 연기 연출이 감독에게 제일 어려워요. 배우마다 다 달라서 각각의 배우와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연애를 하는 것 같거든요."

- 그런 연애 상대로 이제껏 누가 가장 어려운 배우셨습니까?(웃음)

"가장 지적인 문소리씨죠. 미라라는 캐릭터가 이전에 문소리씨가 연기한 캐릭터와 워낙 다른데, 화자로 극을 이끌어가면서도 자기 색깔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었기에 난이도가 참 높은 연기였죠. 배우로서 문소리씨는 참 똑똑한 사람입니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자기 몸을 연출하는 사람인데, 문소리씨는 자신을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해주시죠.

"고두심 선생님이야 워낙 선수시죠. 정유미는 정말 몰입도가 높은 배우입니다. 엄태웅씨는 워낙 사람 자체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게 연기의 힘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죠. 봉태규는 천부적인 표정을 가졌어요. 억울하다는 표정과 당황하는 표정 연기는 정말 세계 최고일 거예요.(웃음) 저는 배우에 대해서 진짜 운이 좋았던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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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7/05/17 07:14 # 삭제 답글

    공감이 팍팍가네.. 저 영화 보면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감독이 이끄는 대로 올바르게? 생각이 진행된건가? ㅎㅎㅎ 공효진과 류승범 다시 사귀었음 좋것다~~
  • 뽀사시 2007/05/17 10:03 # 답글

    어쩜..사귀고 있을지도....^^
    그나저나...글 쓴 시각 놀랍소!!! 새벽 7시 14분..
    요즘 견양에게는 완전 백주 대낮이겠지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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